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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대행진 젊으니까, 가는거야! 1소대 이동하

조회 8,859

이동하 2012-08-03 16:43

젊으니까, 가는거야!  1소대 이동하

 

Photo by. 생활체육학과 - 황재민

 

 

더 지체하다간 안되겠다 싶어 후기를 쓰고있는, 광고디자인과 소속 1소대 이동하 입니다.

 

 

 

 

---

 

 

 국토순례라는 일주일간의 여정에서 돌아온지, 벌써 1달이 다 되어간다.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선 군데군데 빛이 바래기 시작한 듯 하다.

 

 

 1학기를 마치며, 늦깍이 대학생의 사그라들어가는 열정을 다시 살리고자 국토순례대행진에 참가했다. 나름대

 

로 군대도 다녀오고 걷는 일엔 자신이 있었기에 시도한 일이었다. 학과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의지도 없

 

는데 억지로 강요하고 싶진 않았기에,  혼자 가서 신청을 접수하고 예비소집에 참석했다. 같은 과의 여학생 2명

 

이 참가하고 있었던 건 조금 지난 뒤에 알게 된 일이었다.

 

 

 출발 전날, 짐을 모두 챙기고 학교에서 배정해주는 기숙사에서 하루를 지내게 되었다. 일주일간의 여정을 시작

 

하기 전에 준비할 것도 있었고, 뭣보다 갑자기 몰려오는 긴장감에 마음의 준비 역시 조금은 필요했다. 이것저

 

것, 사탕이나 물집 패드 같은것을 사며 준비를 하고, 여자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며 일주일간 보지못하는 아쉬

 

움을 달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긴장감 때문인지 잠 한 숨 이루지 못했다.

 

 

 출발 당일. 총장님께 신고를 하고, 기념 촬영을 한 후 첫번째 목표인 현풍으로 향했다. 첫날부터 날씨가 대단했

 

다. 뜨거운 햇빛과, 도로를 달리는 차, 그리고 흙먼지.

 

 이제 시작인데, 내가 이걸 왜 했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생을 해봤건 안해봤건 간에, 힘든건 힘든 것

 

이라는걸 깨달았다. 걷는 내내 덥고 졸렸다. 그늘만 있으면 드러눕고싶고 물만 보이면 끼얹고 싶었다.

 

 그러나 같이 걷고있는 1소대 여성대원들을 보며, 참고 참았다. 나보다 어리고 약한 여학생들도 걷는데,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응원하고, 웃겨주는 교관님을 봐서라도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걷고 걸어, 마침내 현풍의 어느 초등학교에 들어섰다. 저 멀리서 우리를 환영하는듯한, 월

 

드컵 응원가가 들려왔다. 그에 맞춰 환호하고 깃발을 흔들며 첫 날의 완주를 자축했다.

 

 

 여기서 느낀거지만, 걷는것보다 라인 댄스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며, 아직 서로 어색한 소대원들과 약간의 대화도 나누고, 학교 수돗가에 만들어진 간

 

이 샤워실에서 스릴을 맛보며 찬물로 샤워를 했다. 그냥 찬물이라길레 뼈가 시릴정도로 차가울 줄 알았는데, 몸

 

이 뜨거워서인지 정신을 놓아버려서인지 그렇게 딱 좋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완주한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쓰며, 에어컨 없는 열기로 가득한 강당에서 첫 날의 저녁을 보냈다. 훤히 열

 

려있는 현관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모기를 보며.

 

 이로써 2일째 잠을 설쳤다.

 

 

 둘째 날 역시 무더웠다. 대원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가는게 보였다. 창녕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나?

 

싶었다. 잠을 못 자서 그런지, 걷는 내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갔다. 몇 걸음 가다, 다른 소대들의 파

 

이팅 구호를 듣고 퍼뜩 깨고, 다시 졸다가 우리 소대의 구호에 깨고. 정신없었다.

 

 

 결국 점심시간까지 그렇게 가다가, 계명문화대학을 졸업하신 선배님의 배려로 좋은 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리며,   순식간에 밥을 먹어치우곤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놈의 점심시간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끝나는게 아닌가? 결국 자는둥 마는둥... 선배님이 주시는 얼음

 

물로 얼굴을 문지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반 쯤 혼이 나간상태로 멍하니 걷다보니, 소대의 여성대원들이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온 건장

 

한 남성도 힘든데, 갓 스무살 된 어린 여학생들에겐 오죽할까.

 

 그때부터 남성대원들이 수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건을 잡고, 번갈아가며 여성대원들을 끌어주며, 파이팅을

 

외치면서 완주를 다짐했다.

 

 

 그러나 몇몇 대원은 결국 뒤처져 스타렉스에 탑승하게 되었다. 나중에 보니 어느 대원은 발바닥에 큼지막한 물

 

집이 생기고터져 벌건 속살에 드러나있었다. 물집에 익숙한 나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파보이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그렇게 될 때 까지 걷다니, 의지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셋째날. 아침엔 좀 흐리다 싶었는데, 결국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폭우였다. 순식간에 도로가가 냇

 

가가 되고 신발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은 빗소리를 삼킬 기세로(소리뿐만 아니라

 

아에 빗물을 받아먹기도 했다) 구호를 외쳤다. 뜨거운 햇볕보단 거친 폭우가 훨씬 낫다는 듯, 빗물을 타고가는

 

것 처럼 빠른 속도로 오전중에 하루 분의 행군 거리에 2/3을 걸었다. 우리의 행진에 주민들도, 도로의 차 들도

 

힘내라는 듯 박수와 경적 소리로 응원을 보내주었다. 우리들 역시 그에 화답하듯 힘차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

 

갔다.

 

 

 오후의 휴식시간. 비가 잦아들자 신발을 벗고 물에 젖은 양말을 짜내며, 어느세 6일간의 행진 중 절반을 해냈

 

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반이나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속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앞으로 남은 일정은

 

가볍게 해낼 수 있을것 같다는 호승심에 힘이 났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엔, 내 인생에 이렇게 웃겼던 날이 있나 싶을만큼 미친듯이 웃었다. 박형순 교관님과 차상민

 

교관님, 그리고 브릿지 교관님(죄송합니다 이름을 까먹..)의 축구쇼를 가장한 개그쇼에 진짜 숨이 막히게 웃었

 

다. 이후에 레크리에이션으로 포크댄스도 췄다. 대원 모두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는데, 자꾸 자세가 헷갈려서

 

고생했다. 그래도 틀리건 말건, 신나게 돌고 돌았다.

 

 

 넷째 날. 또 비가 왔다. 셋째 날 보다 더, 미친듯이 쏟아부었다. 기억나는건 도심속의 비와 언덕, 그리고 MBC,

 

이 셋 뿐이다. MBC가 촬영을 위해 미리 앞에서 대기하고있으면, 선두에서 괜시리 오버하며 깃발을 흔들고 구

 

호를 외쳤다. 뒤따라오는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삼사의 카메라엔 익숙한듯 그냥 지나가면서, MBC의 카

 

메라는 그림자만 보여도 파이팅을 외치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헥헥거리며 걷기를 반복했다. 누가, 어딜가든 카

 

메라 앞에 서면 변하기 마련이다.

 

 이 날의 언덕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젖은 신발을 신고 내리막길

 

을 내려가자니, 신발이 자꾸 쓸려 이전까진 없었던 물집이 여러군데 생겼다. 아프진 않았지만, 왠지 자존심에

 

상처가 생겼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이 날 저녁엔 삼계탕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댔는지 그만 체

 

하고 말았다. 소화제를 먹고싶었지만, 없었다. 결국 그대로 그냥 자려고했으나,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질

 

어질하고 식은땀이 계속났다. 날도 더운데 추위와 오한이 들어, 두꺼운 침낭속에서 날이 샐 때 까지 떨었다.

 

 

다섯째 날. 몸 상태가 엉망이였다.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고 몸에선 열이나고 추웠다. 포기하고싶은 생각도 들

 

었다.

 

 그러나 그럴 순 없었다. 자존심도 있었고, 내가 자원해서 시작한 일이었기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겨우 이만

 

한 일로 그만둔다면, 앞으로 내 인생에 다가올 수 많은 시련들은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걸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체, 그저 앞 사람의 발만 보고 걸었던 것 같다. 포기하고 싶다

 

는 생각이 수십, 수백번은 들었다. 부모님이 보고싶고, 여자친구가 보고싶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면 누구의 얼굴도 떳떳하게 보지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그 날도, 완주를 해냈다.


 

 

 마침내, 마지막 날.

 

 몸상태는 많이 나아진 듯 했다. 약간의 어지러움은 남아있었지만, 이전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금방이라도 완

 

주해낼 것 처럼 발이 가벼웠다.

 

 해안도로를 걷다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소금기 섞인 바다바람이 금방 땀을 식혀주었

 

고,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의 행렬에 손을 흔들었다. 한번은 우리처럼 국토순례를 하고있는 사람들과 마주

 

쳐 서로를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마지막 행진은 그렇게 순조로웠다.

 

 그러나 통영 시내로 들어서자, 난관에 부딪혔다. 무슨 도시가 언덕은 그렇게 많은지, 오르락 내리락 정신이 없

 

었다. 금방 언덕을 올라서면 또 언덕이 있고, 그 언덕을 올라서면 길고 긴 내리막이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악마

 

의 코스가 따로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행진하던 중, 충렬사에 들렀다. 네 개문의 문을 넘어 충무공을 모시는  사당에 들어서자, 왠지

 

모를 엄숙함에 말을 잊었다. 뒤늦은 나이로 무과에 급제해, 그것도 가장 낮은 관직에서 시작해 지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자리잡은 충무공의 영정을 보며,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것에대한 감사와 존

 

경의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나 긴 여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영대교를 지나며, 전 대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6일간의 여정이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정

 

말로 끝이 보인다는 기쁨에, 모두들 구호를 외치며 나아갔다. 통영 시민들 역시 그런 우리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며 응원을 보냈다. 그에 호응하듯,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가다보니 저 멀리서 익숙한, 완주의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모두의 입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기쁨의 환성을, 누군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 행진의 최종목적지인 통영 청소

 

년 수련관에 도착했다.

 

 교관 대장님의 완주 선언과, 뻥 하는 샴페인의 소리를 들으며,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는 벅찬 기쁨이 몰려왔다.

 

 그리고, 자식들의 완주를 지켜보러 와주신 부모님들도 계셨다. 부모님에게 달려가는 대원들을 보고있자니, 괜

 

시리 코 끝이 시큰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였다.

 

 

 "~유일하게, 여자 친구가 찾아온 대원이 있습니다."

 

 

 교관 대장님의 말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전날 찾아와달라 전화하긴 했지만,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

 

이가 찾아올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이 호명되는 그 순간까지.

 

 저 멀리, 얼굴이 빨갛게 된 채로 우물쭈물 대는 여자 친구가 보이자, 이름을 크게 외치곤 방해되는 모자를 집어

 

던지곤 그대로 달려갔다. 그 뒤엔... 아마도 전 대원이 다 봤을테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지금까지의 행진을 찍은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을 보며, 우리가 해왔던 일들이,  걷고 걷고 또 걸었던 지난 6일

 

간의 여정이 이토록 감동적인 것이였나, 싶어 괜시리 마음이 시렸다. 그리고, 첫날 저녁에 썼던, 완주한 나에게

 

쓴 편지를 보며, 그 짧은 3줄 안에 담겨져 있던 내 오만함을 다시금 헤아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비록 축적된 피로에 일찍 잠들긴 했지만, 잊지못할 밤이였다.

 

 

 

 젊어서, 젊으니까 하는것 같다. 두 발로 180km를 걷는 것. 평생을 빌어 그런 일은 많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

 

으로의 내 인생에 있어, 이 행진은 이보다 더 한 시련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훌륭한 발판이 될 것 임을 믿는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참가를

 

..

 

하는것은 생각해 봐야겠다.

 

 

 

 자가용 있는게 짱.

 

 

 

 

 

 

1소대 차상민 교관님. 교관님은 하상이 아닙니다. 상상 그 이상입니다. 좋은 인연 만나시길 : )

 

1소대장 명훈이형, 영록이형

경훈, 상효, 재민, 원만, 재열(미안하다 재열아ㅋㅋㅋㅋ)

성아, 지은, 혜원, 보희, 지미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좋은 추억이 됬습니다 : )

 

 

 

 

                                                                                                    이제는 광고디자인과 학생조교, 이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