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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택 독자마당]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에 즈음한 아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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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2018-12-03 17:34

조 규 택 교수 계명문화대 군사학부·해군발전자문위원

조규택 교수 계명문화대 군사학부·해군발전자문위원


인류 역사는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정확히 100년 전 유럽의 젊은 병사들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간 약 1000만 명이나 희생됐다. 전쟁 무기의 발달에 비해 군대의 전략과 전술이 허술해서 안타까운 살육전이 펼쳐졌고, 독가스로 인한 반인륜적인 희생도 뒤따랐다. 자신들을 문명인이라던 유럽인들의 자부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유럽의 상징이었던 영국을 비롯해 직접적인 전쟁터였던 프랑스와 이들의 적대국이었던 독일의 희생은 특히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각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참전했던 동시대 젊은이들을 비롯해 16인의 영국 전쟁시인을 생각하면서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영국 전쟁시인들은 오언, 솔리, 로젠버그, 브룩, 올딩턴, 거니, 사순, 그레이브즈,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리드나 벌런던 등이 있다. 이들 전쟁시인은 웨스트민스터 수도원 대리석에 헌정돼 있다.

이들 가운데 전쟁 초기 영국인으로 자부심 가득했던 브룩이나 전쟁 중반에 전사한 솔리 대위와 로젠버그, 종전 직전 도하작전 지휘 중에 전사한 오언 대위와 달리 그레이브즈 대위와 사순 대위는 중상에도 불구하고 생존한다. 비록 그레이브즈와 사순이 흉악한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들은 죽을 때까지 전쟁 후유증에 시달린다.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했지만,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두 사람은 전쟁의 참상과 환멸과 위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무의미했던 전쟁의 문제점을 역설한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패전국인 독일 병사로 참전했던 레마르크도 『서부전선 이상 없다(Im Westen nichts Neues)』에서 전쟁의 허상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자신의 체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레마르크도 영국의 젊은이들처럼 냉소적인 관점을 견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를 대변하는 페르소나(persona)인 파울 보이머는 허황한 애국심에 들뜬 담임교사의 권유로 반 친구들과 함께 입대한다. 하지만 그는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전쟁터에서 참혹함과 무의미한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보이머는 날마다 포화가 빗발치는 곳에서 비로소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몬 기성세대의 허위와 전쟁의 무의미함에 눈뜨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은 국적을 떠나 유럽의 젊은이들을 전쟁이란 괴물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했다. 영국의 젊은이들은 1914년 브룩과 함께 참전했다가, 1916년 사순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들이 명분 없는 무의미한 전쟁의 희생자였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거짓된 위선으로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교훈으로 되새겨야 할 일이다.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