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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軍에 손가락질만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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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실 2011-01-06 11:21

2010년 4월 14일(수) 조선일보에 실린 조규택교수의 글을 게재하고 첨부파일로 올립니다.

 

크고 작은 문제 있겠지만
천안함 승조원들과 해군은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지금은 상처받은 해군에 국민이 사랑을 보낼 때

지난달 26일 침몰한 천안함의 일부가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천안함보다 큰 호위함(프리깃함)의 사격통제관과 고속정 부장(副長)으로 근무했던 필자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군(軍)과 정부의 초기 대응이 잘못됐고 군의 발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다. 군이 잘못한 것이 물론 있다. 그러나 군함이 침몰했으면 일단 적의 공격을 의심하면서 단결하는 것이 일차적인 반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지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무조건 의심하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풍조가 만연한 느낌이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외국인 서울 특파원이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큰 잘못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쓴 것을 보았다. 나는 이것이 외부의 일반적 시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끼리 너무 헐뜯는다.
바다와 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천안함 침몰의 위급한 상황에 대해 막연하고 사실도 아닌 상식만으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파도가 높은 상황에서 출동한 고속정이 무리하게 천안함에 접근해 구조하려 했으면 제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함정이 두 동강 나 급속히 침몰하는 와중에, 그것도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58명이 빠져나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본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해군 정신을 실천한 천안함 승조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천안함의 김덕원 소령(부장)은 함(艦)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어 탈출로를 만들었다. 장교와 경험 많은 부사관들은 부하들에게 절대로 바다에 뛰어내리지 말도록 지시했다. 저(低)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상황실(CIC)의 김현용 중사는 사고로 안경을 잃고 허둥대는 부하에게 자신의 안경을 씌워주었다. 김정운 상사는 거친 바다에 뛰어내려 구명정을 확보했다. 최원일 함장은 부하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한 후에야 배를 떠났다. 천안함의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수병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이들이 자랑스럽다.
우리 군은 사건이 발생하자 근처에 있던 속초함을 긴급 이동시켜 적함 수색에 나섰고, 속초함은 의심 물체에 대해 격파 사격을 실시했다. 나는 북한에서 전투기 움직임이 있었다면 우리 공군도 즉각 출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종자 구조에 나섰던 고 한주호 준위는 살신성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떠났다.
크고 작은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사건 발생 시각이 왔다갔다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왜 그랬는지 앞으로 확실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란 사실은 초기에 이미 드러났는데도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됐다. 마치 우리 군이 함정을 침몰시킨 것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느 사람은 필자에게 "왜 장교들은 다 살고 병사들만 실종됐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만약 지휘부가 있는 함교가 공격받았다면 장교들만 모두 사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심에 답하면서도 씁쓸하고 답답했다.
나는 경험상 긴급 상황에서 완벽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일이라고 믿는다. 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존재이기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현실로 닥치면 문제가 드러난다. 그 문제들을 고치면서 완벽에 다가가는 것이다.
지금 해군은 큰 상처를 입었다. 만에 하나 천안함이 내부 폭발로 인해 침몰한 것으로 밝혀져도 엄청난 충격이고,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해도 월등한 힘을 가진 우리 해군으로선 자괴감과 함께 분노를 다스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의 국민은 대북 군사 제재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천안함을 인양해야 하고,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해군에 대해 따뜻한 사랑과 성원을 보내줘야 할 때다. 실종 승조원 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폈으면 한다. 함장을 비롯한 생존 승조원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이해했으면 한다. 백령도 앞 저 절망의 바다에서 해군이 새롭게 탄생할 기회를 건졌으면 한다. \'해군이 하나\'이듯이 우리 국민도 하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