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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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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문화과 2024-01-29 21:02

한국어문화과와 관련있는 칼럼으로
[직지를 말한다]란 제목의 한국대학신문(조규택 교수)의 칼럼을 소개합니다.[조규택의 역사 산책] 『직지』를 말한다.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직지』는 이 세상에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가장 오래된 책이다. 『직지』의 원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백운 화상이 부처와 조사 스님들의 깨달음(心體)을 직접 가리켜(直指) 보인 중요한 문장이라는 뜻이다. 청주 흥덕사에서 백운 화상이 세상을 떠나자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 1377년 금속활자를 이용해 『직지』를 인쇄했다. 우리에겐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로 주로 알려진 불교 서적이다. 

백운선사가 살아생전 출간하지 못했지만 입적한 지 3년 후 제자인 석찬 등이 금속활자로 인쇄한 금속활자본이다. 『직지』는 1년 후인 1378년 여주 취암사에서 목판본으로도 간행됐다. 일반적으로 책은 본(本)이라 한다. 손으로 쓴 책은 필사본이라 하고 판목을 사용해 인쇄한 책은 목판본, 활자로 인쇄한 책은 활자본이 된다. 

금속활자본 『직지』는 상권과 하권으로 발행됐는데 상권은 전해지지 않고 하권만 전해지고 있다. 1896년 프랑스 초대 주한 공사였던 꼴랭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에 의해 『직지』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한국관에서 전시됐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 중이다. 『직지』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직지』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점과 세계에서 단 한 권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직지』는 서지학적인 측면으로 볼 때 한국이 금속활자로 간행한 세계 최초의 발명국임을 입증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그러므로 『직지』는 인류의 지식정보 전달 매체인 금속활자 발명의 시원(始原)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고 높다고 할 수 있다. 『직지』는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주최한, 유네스코 제정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BOOKS’ 전시회에서 직지심경(直指心經)이라 소개되면서 경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직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 아니라 핵심 부분의 요점만 요약한 요절이기에 잘못된 표현이다. 

『직지』 원본의 아랫부분 즉 서근(書根)에 묵필(墨筆)로 직지심경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이며 국내 언론에 소개됐을 때 잘못 알려져 발생한 일이다. 『직지』는 백운 화상의 스승인 중국 원나라 임제종 18대손인 석옥 청공 선사가 줬던 『불조직지심체요절』을 근본으로 엮은 책이다. 무엇보다 『직지』는 백운선사의 끊임없는 수행‧정진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운 화상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상·하권)』의 편저자인 경한 스님이다. 그는 54세의 늦은 나이에 원나라로 유학갈 만큼 선(禪) 수행에 천착했다. 자신보다 스물두 살이나 어린 나웅 화상의 추천으로 원나라의 청공 선사에게 수행을 받았고 원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선문답을 나눴다. 원숙에 이른 백운 화상은 임종에 앞서 제자인 석찬에게 자신이 편집한 『직지』의 출간을 부탁했다. 석찬은 스승이 입적한 지 3년 만에 드디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직지』를 인쇄했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금속활자본의 출연은 인류 역사에 길이 빛날 정보혁명의 길을 열었다. 인류가 금속활자 문명 덕분에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됐기 때문이다. 금속활자는 인류의 문해력을 키워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IT)에 이르는데 교두보 역할도 했다고 본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