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5장 15-16절 제목: 여백의 힘
- 고 피천득 선생님이 1996년에 쓰신 [인연]이라는 수필을 한번쯤 읽어보셨을 것이다. 그가 17세 되던 봄에 도쿄 시바쿠에 있는 사회교육가 M 선생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거기에서 M 선생의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또래의 아사코를 만난다. 그리고 13-4년이 지나 도쿄 M 선생 댁을 찾았고 훌쩍 커버린 아사코를 다시 만난다. 피천득 선생님은 그런 아사코를 보고 서먹서먹했지만 성심여학원 영문과 3학년에 다니고 있던 아사코와 문학이야기를 주고 받고 헤어진다.
- 그리고 다시 또 십 여년이 지나 2차 세계대전을 겪고 한국은 해방이 되었는데 1954년 미국 가던 길에 도쿄를 들른다. 피선생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M선생 집을 찾았다.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었다. M선생의 부인은 친절하게도 시집간 아사코의 집까지 피천득선생님을 데려가 주었다.
- 이 수필 마지막부분에 이렇게 써 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문학작품이라 다른 각도의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저는 만남에도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만나고 계속 보는 것이 꼭 행복과 기쁨을 늘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보통 나이들어 주말 부부 하시는 분들이 그런 것 같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생동감이 넘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여백의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 저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데 다행히 남자 아이라 손은 덜 가지만 가끔 저렇게 혼자 놔둬도 되나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인사치레 섞어 진심으로 육체적 성장이 완성된 아이는 부모와 가끔 만나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즐기고 부모와 자식간의 애정도 이전보다 더 커졌다.
- 얼마전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와서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한 것을 봤다.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는1년에 두 번, 각 일주일씩 생각 주간(Think Week)이라는 휴식 기간을 갖는다. 조용한 오두막 같은 곳에 칩거를 하며 모든 외부 연락을 끊고 다양한 책과 회사의 미래 전략을 구상한다고 한다. 이 침묵과 휴식의 시간이 오늘의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발전하고 유지시키는 힘이라고 말한다.
- 오늘 성경 본문 예수님의 모습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이 점점 더 유명해지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마음의 환자는 말씀을 들으러 몰려들었고, 몸의 환자는 고침을 받으려고 모여 들었다. 그때 예수님이 택한 지혜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신 것이다”
- 이번 학기도 이제 사람들이 몰려오듯, 바쁘고 분주한 시간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참고 견딜 수 있겠지만, 이런 것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 예수님의 행동은 우리 인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모델이다. 즉, 바쁘고 힘든 일이 닥칠 때 물러나서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인간은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 그래서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이와 같이 물러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불교에서도 동안거, 하안거라는 시간을 스님들이 갖고, 천주교에서도 피정이라 하여 여백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것 안다. 빌 게이츠나 되니까 1주일 비우고 생각주간 가질 수 있지, 우리가 1주일 쉰다고 하면 오히려 “제 정신”이냐고 할 것이다.
- 그런 점에서 개신교가 조금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지 모른다.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을 하면서 쉽게 말해 수도원의 일상화를 주장하고 실천했다. 어디 다른 데 가는 것이 아니라 삶과 현실에서 수도원적 묵상과 실천을 하는 것을 강조했다.
- 저는 그런 것의 한 꼭지가 바로 이러한 아침기도회시간이라고 생각한다.
- 일주일 중 30분 잠시 책상의 자판을 두드리기 전에 기도와 찬양을 드리고, 평소에 말도 안되는 성경의 지혜를 듣는 것이, 나를 살리고 우리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되었다. 마침 오늘 순서지에 보니 아침기도회 개근하면 소정의 선물을 드린다고 써 있다. 원래 “커피 만원짜리 쿠폰”인가로 써 있었는데 제가 “소정의 선물”로 바꾸자고 했다. 바라건대 여러분이 커피 쿠폰 받으려고 나오는 분이 있겠냐만은 그건 모를 일이다. 그래서 만원짜리 커피 쿠폰은 드릴 예정이다.
-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이 아침의 기도 시간을 통해 커피 쿠폰과 비교할 수 없는 “소정의 선물”을 하나님으로부터 받길 기원한다. 하나님으로부터 소정의 선물을 받는 복된 아침기도회, 복된 한학기 되길 축복한다. 아멘
하나님 25년도 2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는 바빠질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 온 시간을 쏟고 온 마음도 담아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는 것은 내가 건강한 것입니다. 나라는 영적인 존재가 건강할 수 있도록 아침에 기도하게 하시고 규칙적으로 침묵의 여백을 만들 수 있게 도와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번 학기도 커피쿠폰 뿐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소정의 선물을 받아 모두 기뻐할 수 있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