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17 종강 아침기도회
일상의 기적(시편 121:1-8)
- 미국 50개 주는 주마다 법이 달라서 다른 풍경을 보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에 주유소 환경도 있다. 미국에는 셀프 주유가 금지되어 있는 주가 오레곤주와 뉴저지 주 2개 주가 있었다. 그런데 2023년 오레곤주가 그 법을 폐지해서 뉴저지 주가 유일하게 셀프 주유를 금지하는 주가 되었다. 70년 이상의 전통을 유지한다. 셀프 금지의 이유는 안전문제와 일자리 유지 때문이다. 셀프 주유를 하면 최대 500불의 벌금을 낸다.
- 제가 미국에 있는 내내 살았던 주가 마침 뉴저지 주였다. 말 그대로 편했다. 밤이든 낮이든 앉아 있으면 와서 기름을 넣어줬고 카드든 캐쉬든 편하게 계산하면 되었다. 팁도 줄 필요 없다. 그래서 반대로, 뉴저지 주에만 주로 있다가 가끔 다른 주로 여행을 가거나 해서 주유소에 들르면 착각하는 때가 있다.
- 한번은 꽤 기다려도 사람이 안 오는 거다. 뉴저지 주에서는 주유원이 졸거나 개인적인 용무를 보면 차가 들어와도 모르는 때가 있어 기다릴 때가 있다. 그때도 그런 줄 알고 기다리다가 뒤늦게 알아 차린다. “아차 여기는 뉴저지가 아니지” 하면서 내려서 기름을 넣게 된다. 다소 인건비가 포함되어 비싸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름 뉴저지 사람들은 “우리 주는 기름 넣어 주는 주”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한다.
- 사람들이 많이 써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말로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라는 말이 있다. 원래 있었던 표현이겠지만 이 말이 2010년에 개봉된 [부당거래]라는 영화의 대사로 나오면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말 그대로 반복되는 호의에 관성과 관습이 생기기에 그것이 제공되지 않으면 당연한 권리가 침해되는 듯하여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기름을 계속 넣어주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는데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반찬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편이다. 여전히 시키지도 않은 반찬이 당연하게 우루루 같이 나오는 편이다.그러나 그것이 다른 나라에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저는 FIVE GUYS 라는 햄버거집에서 햄버거 잘 못 시켜서 돈은 돈 대로 내고 정말 패티 한 장만 달랑 들어간 햄버거를 받아본 적도 있다. 미국에는 안 넣는다고 돈을 깎아주지도 않는데 햄버거 안의 상추나 도마토도 말 해야 주는 곳도 있다.
- 나라를 떠나서 주유소에 가면 늘 기름을 넣어주고, 시키지도 않은 반찬을 넉넉히 주고, 물은 water 가 아니라 self라고 부르지만, 그런 물을 식당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아니라 감사할 거리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 지난 봄에 우리는 산불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장마라 비가 많이 온다고 불평할 지 모르지만, 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소 느꼈다.
- 오늘 본문의 산은 하늘을 뜻하는 표현이지만, 문자 그대로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에게서로다”는 표현이 참으로 옳다는 것을 새삼 고백하게 하였다.
- 잠시 우리의 한학기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결하느라 바쁘셨는데 다 해결되었다면 그것만큼 특별한 감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함없는 가족의 사랑, 변함없이 코를 골고 주무시는 내 배우자, 변함없이 공부는 못해도 변함없이 해맑고 건강한 자녀와 부모님,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는 반려견, 반려묘! 이 변함없는 것, 일상의 반복이 얼마나 놀라운 감사의 조건이었는가 고백할 수 있기 바란다.
- 오늘 본문 6절에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않고 밤의 달도 너를 해치치 않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일년 내내 햇볕만 내리 쬔다면 세상은 사막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낮에만 변함없이 해가 뜨고 밤이면 달이 뜨는 것도 당연한 것 같지만 감사의 조건이 아니될 수 없다.
- 여러분, 아시겠지만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 바로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 이렇게 "적국"과 가까운 거리에 한 나라의 수도를 둔 나라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을 막아 주시고 잘 살게 된 한국은 또 하나의 감사의 조건이다.
- 제가 좋아하는 목회자이자 시인으로 허봉기 목사님이라고 계시다. 작년 부활절 예배 때에도 한번 소개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분의 시로 [지나가지 않는 것]이라는 시가 있는데 이런 구절이 담겨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지나가 버리는 것, 일시적인 것을 가지고/ 영원한 것을 장만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영원한 것을 희생하여 / 닳아지는 것, 지나가는 것을 산다./ 인생이란/ 목숨이 지나가는 동안/ 지나가는 것들을 써서/ 지나가지 않는 나라에/ 지나가지 않는 것들을 쌓는 일이다/ 지나가는 것과 영원한 것을 분별하는/ 밝은 눈이 필요한 때다./
- 이 시는 영원과 천국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는 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 또는 반복되는 것을 붙잡고 감사할 수 있는 지혜를 말하는 시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 2025년도 1학기라는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나 이 시간 속에서 경험한 것들을 감사로 묶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하면 좋겠다. 어둠 가운데 빛이 더 잘 보이듯, 힘든 학기 중에서도 감사의 “꺼리”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 오늘 본문 7-8절에서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고 우리의 영혼을 지키시며 우리의 출입을 영원히 지키실 것이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지나가지 않을 감사거리를 기록하여 여러분의 추억의 일기장이 더욱 풍성해지길 축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거리가 있는 한학기를 보내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여러분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늘 강건하길 축복한다. 아멘
에벤에셀의 하나님 이번 학기도 여기까지 도와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여서 감사의 조건이라고 생각 못할 일상의 반복도 알고 보면 감사의 조건임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혹 힘들고 어려운 한학기로 고생한 우리 계명문화가족을 위로해 주시고 치유해 주시고 어루만져 주시길 소원합니다. 다음 학기에는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주시고 그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우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여기까지 지켜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