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8 아침기도회: 스토리 있는 인생(요 20:30-31)
- 어느 한 마을 언덕 위에 벤치 의자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2명의 병사가 그 벤치를 지켰다. 경치 좋은 언덕에 벤치가 놓여 있는 것은 이해가 되었는데 왜 병사 2명이 그곳을 지키고 서는 지 누구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나라의 왕이 왜 병사가 벤치를 지키게 되었는지 역사를 알아보도록 시켰다고 한다.
- 얼마 후 그 배경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아주 오래 전, 벤치가 언덕위에 놓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벤치가 낡아서 페인트 칠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혹시 마을 사람들이 거기에 앉게 될까봐 병사 한 명을 세워 보초를 세우게 되었단다. 그것이 나름 전통이 되어 병사가 이유는 모른 채 그 벤치를 지키게 되었고 또 시간이 지나서 그 이유를 몰랐던 왕이 병사 혼자 보초를 서면 위험하니 한 명을 더 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래서 그 이유도 모른 채 2명의 병사가 늘 벤치를 지키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단편적인 정보가 쌓여 이상한 전통과 현상만 남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댓구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유튜버들의 4대 희망이라고 한다: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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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스토리는 없이 단편적인 정보로 구성된 디지털 영상을 보면서 좋아요, 댓글 등을 남긴다. 멋진 장면을 보고 좋아요를 날리고, 또 좋아요라는 표시를 더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인 그림이나 사진이나 영상을 남긴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것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없고 있어도 너무나 단편적이고 꾸며진 이야기가 많다고 하겠다.
- 한병철 교수가 쓴 [서사의 위기]라는 책에서 그는 이러한 오늘날의 현상을 놓고 현실은 정보와 데이터의 형식으로 변환되었다(23)고 주장한다. 좋은 사진은 좋은 정보이고 좋은 데이터가 되지만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넘쳐나는 정보와 소통하면서 지내는데 그 정보가 정작 삶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거다. 이야기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오늘날 이런 이야기가 사라지고 정보만 난무한다고 본다.
- 저는 가끔 김창옥쇼라는 프로를 본다. 며칠 전에도 그분이 알츠하이머 병 때문에 정신과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사람의 뇌가 용량이 차서 이제 기억을 지워야할 때면, 쓸 데 없는 것을 먼저 지우고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끝까지 남긴다고 한다.
- 꼭 누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럴 것 같다. 그럼 가장 마지막까지 뇌가 기억하고 품으려는 게 뭔가 하면 바로 추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이고 잘 사는 사람은 바로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분은 말을 덧붙였는데 참 맞다는 생각을 했다.
- 그런데 생각해 보면 추억은 언제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억이 담긴 사진은 남의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다른다. 그 사진에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렇다.
- 제가 다른 일정이 없으면 주일이면 주로 계명대학 대학교회에 출석한다. 최근에는 주일 성경공부도 하나 맞게 되어서 더 자주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에도 뵈었는데 거기에는 제가 나온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과 교수를 엮임 하셨던 박원호 교수님이 출석하신다. 저는 학교 다닐 때 교수님들을 주로 피해 다니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 그런데 저는 기독교 교육을 부전공하여서 기독교교육과 학생들과 교제가 많았고 그분에 관한 이야기 등도 그 과 학생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언젠가는 기독교 교육과 수업을 들으러 아침에 갔는데 친구들이 그랬다. 성수대교가 무너졌다고. 그래서 그게 무슨 영화 같은 소리인가 하면 반신반의햇던 일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그 분의 모습은 하나의 사진이 아니라 저의 20대 학창시절의 경험과 시간을 불러일으키고 기독교교육과 학생 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움직이는 추억이 된다.
- 추억은 이야기이고 그런 이야기가 사람을 아름답고 성숙하게 만들게 한다. 성경은 이야기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든 이야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야기, 그리고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몸소 실천하며 보여준 이야기 등등
- 온통 이야기투성이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그런 이야기가 인간을 살리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어떤 분은 성경이 과학적으로 틀리다고 비판하면서 과학시대에 믿을 수 없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경은 우리를 살리기 위한 이야기이지, 정보와 데이터를 주는 책이 아니기에 그렇다.
- 어릴 적 외할머니는 늘 외딴 방에서 똑 같은 곡조에 가사만 다른 찬송가를 부르셨고 닳고 닳은 성경책을 읽고 또 읽으셨다. 그리고는 저한테 시시 때때로 성경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분의 성경이야기에는 생략도 되고 누락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주는 데이터가 아닌 그분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감동을 받고 추억을 쌓았던 것이다.
- AI시대를 살아간다. 이제는 정말 정보와 데이터의 끝판왕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저는 고백한다. 이 AI 시대에 지어내는 스토리를 포함하여 차고 넘치는 정보와 데이터가 있겠지만 그것이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 저는 인간은 데이터나 정보보다는 성경과 같은 사랑의 이야기로 제대로 바뀌고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이야기로 인간은 치유되고 해석되고 회복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러분이 경험한 그러한 이야기는 다시 여러분이 만나는 학생들에게 생명이 될 수 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한 대목을 장식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처럼 스토리 있는 귀한 인생 사시길 축원한다. 아멘
하나님 우리에게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말씀해 주셔서 우리가 생명을 얻고 소망을 얻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정보나 데이터로 낙망 하거나 오해하거나 속단하지 않게 하시고, 이야기로 우리 인생을 길게 그리게 해 주시길 소원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만나는 대상에게 이야기를 나누어서 그것이 다시 그들의 인생의 이야기 거리를 만드는 재료가 되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