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24 아침 기도회- 신의 위대한 은총 안에 살다(시 8:1-9)
- 몇 주 전에 퇴근하면서 보건관 앞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한 여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한 발에 발목보호대 같은 걸 하고 계시고 걸음이 불편하여 보여 안부를 여쭙게 되었다. 복숭아 뼈인가가 다쳐서 그렇다고 대답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 그러면서 두 발로 제대로 걷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라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다. 저도 그 말에 맞다고 생각하였다. 주차장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손을 붙잡아 드리는 건 좀 오버일 듯하여 먼저 내려갔다.
- 그러면서 문득 제가 아팠던 일이 떠올랐다. 제가 이래봬도 한 8년 전에 얼굴에 칼 댄 사람이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얼굴이라기보다는 머리이고 성형을 위해 칼 댄 것이 아니라 귀밑샘 양성 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칼을 댔다. 그 당시만해도 10센티 이상의 길이로 칼을 댔으니 적지 않은 크기라고 생각한다. 그냥 귀 밑의 혹 제거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 수술이 생각보다 고난이도 수술이라고 한다.
- 지금은 더 빨라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데까지 5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그 귀밑샘아래로 5가닥의 가느다란 안면신경이 지나가기에 그것을 피해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마, 눈썹, 눈꺼풀, 코, 턱 뭐 대충 그렇게 5부위를 관장하는 신경이 귀밑샘 바로 아래 있다고 한다. 그 신경 가닥은 예민해서 약간만 닿아도 일정 기간 마비를 겪는다고 한다. 저도 그랬다. 턱 아래쪽 신경이 수술 후 일시 마비가 되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잘린 건 아니라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후유증이니 몇 달 이내로 돌아온다고 했다.
- 턱 아래 근육을 관장하는 신경이 무슨 역할을 할까? 양치질을 하고 나면 물을 머금고 가글을 하지 않는가? 그런데 놀라운 신비다. 한쪽 근육이 약해지면 물을 머금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다. 물총처럼 물이 새서 삐쳐 나가더이다. 양치질을 하면서 물이 새지 않는 데에도 놀라운 발란스가 필요한 것이었다.
- 여러분, 양치질하면서 물이 새지 않는가? 그거 안면 근육을 조절하는 몇 mm 미터의 가느다란 신경이 마비되거나 조금이라도 양쪽의 힘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불가능한 놀라운 신비인 것이다.
- 아무리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병의 원인을 알고 고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절대 “인간” 이라는 생명체 자체를 만들어 낼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다시 한번 했다.
-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당연히 이 인간을 하나님이 만드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창조의 섬세함과 정교함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신비라고 믿고 살았지만 저의 그 수술 후 물총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인체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었다.
- 오늘 시편의 고백은 이런 놀라운 하나님의 신비를 노래하는 것이다:
- 3절, 4절의 고백을 좀 더 쉬운 성경에서는 이렇게 고백한다: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저 큰 하늘과 주님께서 친히 달아 놓으신 저 달과 별들을내가 봅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생각하여 주시며, 사람의 아들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돌보아 주십니까?
- 여러분,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때로 아플 때 인간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고쳐달라고 기도함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만든 분이 하나님이니 사용법을 묻고 소위 “애프터 서비스”도 하나님께 구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 오늘 본문 6절 이하에서는 하나님께서 사람만 만든 게 아니라 공중의 새와 물고기 등도 다 만드셨고 그것을 인간이 다스리게 하셨다는 취지로 말씀하신다.
- 제가 고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설교 한 대목이 떠 오른다. 그분이 대뜸 생각해보라고 이런 질문을 하셨다:
- 어부가 바다에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파는데 어부가 받는 돈은 물고기에 관한 돈이냐? 아니면 물고기를 잡는 데 들어간 노동력에 관한 돈이냐?
- 우리가 생각할 때는 물고기 자체에 대한 돈 같지만 결국은 그 어부의 노동력이나 기타 비용에 대한 돈을 지불하는 거지 물고기는 거저 가져 가는 것 아니냐?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다.
- 세상 자연의 모든 것을 우리는 거저 얻는다. 바꿔 말하자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물고기든, 나무든 다 거저 주셨다. 우리가 거저 받은 것을 가지고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잘 다스리고 잘 관리할 필요도 여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함부로 쓰고 훼손하는 것은 거저 선물 받은 사람의 감사의 자세가 아닌 것이다.
- 하나님의 창조를 설명하면서 신학적으로 ex nihilo 라는 표현을 쓴다. 라틴어로 “무에서부터”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창조는 전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데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이것은 유전 과학이 발달해 가능하다는 “복제”의 차원과 다른 창조라고 할 것이다. 강아지에서 강아지, 강아지의 DNA를 가지고 강아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몰라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강아지의 DNA를 만들 수는 없다는 취지라고 보면 될 것이다.
- 그런 점에서 오늘 잠시 너무나 당연한 것을 한번 생각하고 쳐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거울 속 내 얼굴 안에도, 점심 시간에 양치질을 하는 순간에도, 캠퍼스의 꽃에도, 하늘을 나는 새에도, 인간이 만들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신비가 깃들여 있다.
- 주님의 손가락과 나의 손가락이 닿아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처럼 오늘도 내 타자치는 손가락에도 주님의 터치가 닿아 있음을 알고 잠시라도 감격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멘
- 하나님, 우리는 온통 위한 신의 신비 속에서 살아갑니다. 기적이 반복되면 일상처럼 보입니다만, 그 어느 것 하나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게 없습니다.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아름답고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다는 오늘 시편 기자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게 해 주세요. 오늘도 이 신비속에 감사와 감격과 행복이 넘치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