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1 종강 아침 기도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태복음 6:26-29
26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27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28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29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 성별에 따라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옷장을 열고 거기에 걸려있는 많은 옷을 보면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입을 옷이 없다.”그러면 좀 여유 있는 분은 새롭게 옷을 산다. 그리고 새 옷이니까 아껴 입다 보면 몇 번 안 입고 옷장 속에 들어간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뀐다. 그러다가, 체형의 변화가 생기고 유행도 바뀐다. 그래서 그 다음 해 또 이야기를 한다: “입을 옷이 없다”
- 오늘 본문의 28절 29절에도 옷이야기가 나온다. 한때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솔로몬 왕의 옷도 들의 백합화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솔로몬의 옷은 단순한 옷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시간의 허무함을 이야기 한다. 아무리 화려한 인간사를 자랑한다고 해도 그 인간사의 화려함이 백합화의 아름다움만 못하고 그만큼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옷으로만 생각해도 그 표현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참고로 성경의 백합화는 우리가 아는 하얀색 꽃이라기보다는 붉은색 아네모네를 이르는 표현이다.
- 성경에서 이르기를 그 꽃이 붉은색이든 하얀색이든 우리가 아무리 멋지다고 생각하는 옷이 그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멋진 옷도 1년을 못 입고 옷장에서 나오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솔로몬시대 아무리 멋진 옷이라고 해도, 조선시대 왕의 옷이라고 해도, 지금 그 옷을 입는다면 이상하거나 촌스럽다고 하며 입지를 못할 것이다. 짧게 보면 인간의 옷의 화려함이 더 멋져 보이지만, 그 화려함은1년을 못 버티고 길어도 10년을 못 버티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촌”스럽다고 하는 들꽃과 같은 백합화는 솔로몬 시대에도 사람의 눈을 끌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행없이 아름답다.
- 지난 현충일 때 안동에 계신 장모님 댁을 방문했다. 말이 안동이지 도산서원 근처의 시골이라고 보면 된다. 시골의 특징 중 하나는 도시보다 변화가 더디다는 데 있다. 오고 가던 길 주변 풍경은 도시에 비해 추억을 담고 추억을 되새기는 데 도움을 준다. 10년 전 방문하였던 때를 떠올리게 하고, 심지어 결혼을 하며 찾아갔던 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자녀가 어릴 때 방문했던 일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솔로몬의 옷이 백합화보다 못할까?” 에 대한 대답이 떠올랐다. 힘없는 들꽃처럼 보인 것들이지만 죽지않고 그자리에서 수십년을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세월의 변화를 알려 준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화려한 시간이 참으로 길고 영원할 것 같지만 한 줄의 문장에 담기며 그 들꽃의 영원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 여러분, 이번학기 어떠셨는지? 기쁜 일이 많았는가? 그런데 좀 힘 빠지는 말이 될 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무리 기쁜 일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저 한 줄의 문장정도만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2024년도 상반기에 좋지 않던 일, 슬픈 일, 자다가 생각하면 이불을 걷어차는 일이 여러분을 괴롭혔는가? 그것도 그저 한 줄의 문장 정도만 남기고 사라질 일이라는 것을 알고 툴툴 털어내시기 바란다. 이름 없이 시골길에 핀 들꽃이, 오고 가는 인생의 화려함과 굴곡을 이겨내듯이, 우리에게도 들꽃의 여유와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 이러한 마음가짐을 담고 있는 격언 중 하나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일 것이다. 한번쯤은 다 들어 봤을 만한 유명한 격언일 것이다.
- 이 말은 종교에 상관없이 나라와 인종에 상관없이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분은 성경에 불경에 나오는 말로 아는데 그렇지는 않다. 근원도 분분하다. 페르시아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의 글귀를 영국 시인 피츠제랄드 Edward FitzGerald라는 시인이 자신이 지은 우화 속에 인용하면서 서구에도 알려졌다고 추정된다. 피츠제랄드의 우화 등의 이야기에 따르면 승리했을 때에도 교만하지 않고 실패했을 때에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문구를 넣은 반지를 만들라는 왕의 지시가 있었다. 그때 그의 왕자 솔로몬이 알려준 문구가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 였다고 한다.
- 그 이야기대로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은 나쁜 일과 좋은 일 모두에 해당되는 표현인 것이다. 기쁜 일이 많은 한학기였다면 마음껏 기뻐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나가니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 슬픈 일이 많은 한 한기였다면 또한 마음껏 아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나간다는 것이다. 기쁨의 화렴함이든 슬픔의 화려함이든 이 들꽃만 못하다. 이 들꽃처럼 변함없는 하나님의 손이 우리를 붙잡으신다는 진리만 영원한 것이다.
- 들에 핀 백합화가 힘이 없어보이지만, 우리보다 강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의 돌보심이 들에 핀 백합화 같다는 것이다. 변함없이 우리를 지켜보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분노도 기쁨도 내려 놓고 다음 학기를 향해 다시 나아가자.
-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들꽃처럼 변함없는 하나님의 지혜와 손이 우리를 붙잡을 것이다. 한학기 동안 수고 많으셨다. 하나님의 위로가 가득하길 축복한다.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