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전도사회
마태복음 13: 44-46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 또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
- 한 철학자의 비유가 있다. 대략 이런 이야기다. 금은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런데 그 도둑이 보석을 훔치는 대신에 가격표를 바꿔 놓고 달아났다. 그러니까 다이아몬드 같이 비싼 보석에는 싼 가격표를 붙이고 가짜 보석과 같은 데에는 다이아몬드 가격을 붙여 놓고 달아난 것이다.다음날 사람들은 가격표대로 보석을 사게 된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큐빅과 같은 싼 가격으로, 그리고 큐빅에는 다이아몬드 가격이 붙어 있으니까 그것이 다이아몬드인 것으로 알고 비싼 가격을 주고 사기 시작했다.
- 비유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는 사회에서 가치가 뒤바뀌고 목적과 수단이 뒤바낀 듯한 모습을 비꼬는 풍유다. 한번은 되새겨볼 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비싼 가격을 주고 지불하고 우리가 올인 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잠시 서서 물어볼 시간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 10년 전쯤에 소개되었던 주요 나라 중산층 기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본다. 그 당시 미국 공립학교가 제시한 '미국 중산층'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보는 비평지가 놓여 있는 사람을 뜻했다.
- 또 옥스포드대학이 제시한 '영국 중산층'은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며 △신념을 가질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다.
- 그럼 '한국 중산층'은 어떤 존재냐? △부채가 없고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월급이 500만원 이상 되며 △자동차는 2000cc급의 중형차를 타며 △통장잔고는 1억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여행은 1년에 몇 회 이상 다닐 수 있는 사람으로 정리했다.
- 여기에 대한 한국의 반론도 있다. 한국에서 물은 대상은 직장인이다. 그러니까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이 아니고 다른 그룹에 물어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좀 힘이 빠지는 이야기지만, 오늘 본문 성경 말씀으로 들어가 보자. 예수님께서 천국을 소망한다는 게 무엇인지 비유를 통해 말씀하는 본문이다.
- 기독교인은 죽어서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고백한다. 아마 교회 안 다니는 분 중에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그만큼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인간에게 큰 일이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축복이기에 틀린 표현이 아니다.
- 그럼 천국에 들어가는 소망을 갖고 산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가? 오늘 본문의 비유로 생각해 보자.
- 밭을 갈다가 엄청난 보석을 발견했다. 그게 얼마나 위대하고 좋은 거였냐면 내 전 재산을 바꿔서라도 가질 만한 것이라는 말이다. 기독교인에게 천국의 소망을 갖고 산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 모든 것을 바꾸어서라도 가지고 소원한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순위에 놓이는 것이라는 말이다.
- 진주의 비유도 동일하다. 너무나 좋은 진주를 발견했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가진 것 모두를 팔아서 그 진주를 샀다는 것이다. 그 좋은 진주가 바로 천국이라는 말이다.
- 기독교인이 그런 점에서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하는 말은 실존적으로 비기독교인에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소개하는 표현이다. 그렇기에 동시에 기독교인이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고백하는 겸손과 절제의 삶을 사는 것이다.
- 미국 한인들 커뮤니티에서 가장 세일을 크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귀국세일이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어서 쓰던 물건을 커뮤니티에 파는 거다. 파는 사람도 그렇고 사는 사람은 더 후려친다. 어차피 못 가져 가는 거 싸게 팔라는 거다.
- 참고로 저와 같은 경우는 집주인이 파산선언을 하는 바람에 살던 집이 통째로 넘어갔다. 화분은 말할 것도 없고, 산지 얼마 안 된 이불, 매트리스 등을 죄다 버리다시피 하고 왔다. 그 아무리 좋은 이불이고 화분이지만 귀국보다 더 큰 결정과 명분은 없다. 그 명분에 모든 것을 정말 쓰레기같이 버리게 된다.
- 기독교인은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라는 말을 한다. 우리가 내일 모레 귀국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아무리 아끼는 그것이라도 오늘 당장에 버려야 하는 법이다.
- 이쯤에서 떠오르는 유명한 톨스토이 소설이 있다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파흠이라는 주인공. 동네 촌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받는다. 1000루불이라는 일정 금액을 내고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표시하여 돌아오는 땅만큼 주겠다는 제안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출발점에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극도로 지친 파흠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면 죽는다.
- “파흠이 숨을 거둔뒤에 파흠의 하인은 괭이를 들고 파흠의 시신을 묻을 구덩이를 팠다. 그 구덩이의 크기는 파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2m에 불과했다.” 이 소설의 마지막이 “사람에게 얼마나 땅이 필요한가?”라는 책 제목의 답인 것이다.
- 오늘의 메시지는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 “돈이 제일이다”라고 말할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천국은 죽은 뒤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 천국은 이상이 아니라 기독교인이 살아야 하고 살아갈 실제적 공간이다. 기독교인에게 돈은 언제나 수단이지 궁극적인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천국에 소망을 두고 이 세상에서 베풀고 나누고 살아가는 것은 결국 없어지지 않을 천국에 영원한 것을 쌓아 놓는 신비다.
- 가치전도의 사회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다이아몬드인지, 무엇이 큐빅인지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시인의 고백처럼 무엇이 영원한 것인지, 무엇이 없어질 것인지 구별하여 없어질 것을 가지고 영원한 곳에 투자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천국을 살아가는 기쁨, 천국에 영원한 것을 쌓아 두는 복을 잃지 않기를 소원한다.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