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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대행진 스님을 사칭한 천주교신자의 넋두리(6소대)

조회 6,938

이창환 2008-07-0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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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을 사칭한 천주교신자의 넋두리(6소대)

히말라야의 해인사와 알프스의 조계사에서 수행을 한 6소대의 사이비 스님 이창환입니다. 참고로 진짜 종교는...예비 천주교신자랍니다^^

34~6도에 육박하는 고온의 날씨와 엄청난 주파거리, 그리고 습도는 우리의 장애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심심했던 길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 친구였죠. 아, 물론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친구들 덕분에 전주에서 하느님&알라신&부처님&성모마리아님과의 4자대면 미팅을 할 뻔 했으니까요.

사실 겉모습이 멀쩡해보여서, 제가 화이팅을 목청껏 외쳐서 절 씩씩하게 보신 분들이 꽤 있으셨습니다. 제가 길을 걸을 때 저희 소대, 앞뒤 소대를 향해 신나게 '푸쳐 핸접~'을 외쳐서 항상 즐겁게 6박7일을 보낸 줄 아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네, 전 씩씩합니다. 하지만 아프지않고 씩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늘어난 인대를 덜 추스르고 행한 국토덕분에 왼 팔은 지릿지릿하고, 하루 2시간씩 걸어다니며 보강을 한 무릎은 불행하게도 절 끝까지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잊어보려고 목이 쉬도록 화이팅을 외치고 소대구호를 부르고 노래를 내질렀던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라도 안 하면 미쳐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 결과, 전주초입부터 서러움+해냈다는 성취감+지나온 시간들이 다 섞여 볼품없는 눈물을 흘렸다는 것 아닙니까.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그거 의지대로 안 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울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통의 순간들을 거기에 다 털어내고 온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번 국토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아버지 어머니뻘의 연세의 1소대 큰 어르신들은 정말이지 소대를 떠나서 우리 국토대원들, 나아가 우리 학교의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목발아가씨 혜미(?다른 소대라 이름이...), 우리소대의 지은이, 2소대의 예비경찰, 우리소대 이한재교관...아픈 사람은 쉬면서 모든 일정을 조정해야함이 마땅하지만 이들은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맡은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 '천사'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7월 7일은 다가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분들은 제 인생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로 각인될 것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가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 글의 끝은 요렇게 맺어볼까 합니다.

6소대 구호준비! 이동중에 구호한다. 구호는 쏘핫! 요령은 제창, 구호시작 하나 둘 셋 넷!-(6소대!)난 할 수 있어요!(6소대!)지치고 힘들어도!(6소대!)끝까지 갈래!(6소대!)~화이팅!!!

P.S:오늘 낮에 들은 소식인데, 경주에서 행해지던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 행사에서 여대생이 안타깝게 사망했다죠. 대구한의대 2학년 서유진양...그 고통 100%이해는 할 수 없겠지만 못 다 피운 꽃같은 인생, 하늘에서 마음껏 피우길 바랍니다.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첨부사진은 모 언론에 실린 우리의 출정식 모습입니다. 사진 맨 뒤 좌측에 저의 모습이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