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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흔적

여섯 번째 흔적 [도서관 최민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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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목실 2020-10-30 15:38

3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만나게 된 지는 모르겠지만, 교회에서 나온 사람이 교회가면 선물을 준다고 해서, 어린 마음에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근데 어떻게 아셨는지 아버지에게 붙잡혔고, 집에서 먼지나도록 맞았습니다. 마침 비도 오는 날이었습니다.

종교관련 집안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불교를 믿으셨고, 유교적 전통을 중시하였습니다. 특히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하여, 당시 부모님은 기독교를 정말 싫어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 간다는 이유로 아버지한테 맞았지만, 비단 이건 우리 집안만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당시 비기독교 집안의 어르신들의 인식은 다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은 그때의 일이 계기가 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교회-기독교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특히 무분별한 전도행위와 소위 말하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로 인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안좋아졌죠.(그 사람들이 이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나중의 일입니다.) 그렇게 기독교와 평생 연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며, 언제나 올바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대단해 보여서, 한편으로는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옆에서 지탱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걷는 길-하나님을 섬기는 길에 대해서 알고 싶었습니다. 남녀관계가 으레 그렇듯, 그 사람과 잠깐 함께 걷다가 지금은 각자의 길을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때 기억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덕분에 기독교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버렸고, 하나님의 말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계기가 없었더라면 제 인생에 중요하게 다가온 깨달음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는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해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믿는 바, 그리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시련이 닥쳤을 경우 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좋아하는 이를 놓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헌신했던 직장에서 내쳐지기도 했습니다. 과연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가? 내가 믿는 것이 과연 옳은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난 왜 이렇게 힘든 것인가?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가 무너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우연이었습니다. 재취업을 위해서 어느 기독학교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와중, 화장실에 붙어있는 이 글귀를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해 무너져가던 와중 만나게 된 한줄의 말이 세상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에,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옳은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한 문장의 잠언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누군가-하나님이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으며,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는 중이라면? 그 생각이 마치 깨달음처럼 다가오자 마음에 쌓인 짐을 벗어던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불행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시련일 뿐, 나는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믿으니 무너졌던 모든 것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말씀은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분이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셨기 때문인지 몰라도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 계명문화대학교에서 직원으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힘든 일은 잊을 만하면 저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를 잠깐 지나가는 장애물이라 생각하며, 그래도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만족스러운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분이 저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있나 봅니다.

 

고백하자면 아직도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여전히 신앙인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만 진실로 받아들이는 삶을 30년 넘게 살아왔기에, 저에게 하나님의 존재는 아직도 의문일 뿐입니다. 하지만 계명문화대학교에서 생활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접하며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가르침은 진리이자 올바른 삶의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