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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흔적

다섯 번째 흔적 [유아교육과 홍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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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목실 2020-10-30 15:36

나에게 교회란 어릴 적 친구를 따라 몇 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그때까지 나는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고, 그래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혼자 견디고, 혼자 힘들어 했다.

그러다 친한 언니의 권유로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아픔을 성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솔깃하였다. 그렇게 나는 대략 3달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성경공부를 하였고, 그 사람들은 항상 나를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면서 나와 함께했다. 그런데 내가 공부하던 ‘성경공부’는 잘못된 교리의 성경이었고, 나는 그것이 ‘신천지’ 일명 사이비종교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언니처럼 잘 해주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포교시키기 위한 연극이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에 빠졌다. 나는 그들과의 연락을 끊고 스스로 신천지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미 상처받은 마음은 스스로 고칠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내가 너무 바보 같았구나 라는 자책감이 마음 깊은 구석에서 피어올라 나를 정신적으로 우울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만 되풀이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솔직하게 내가 사이비에 빠질 뻔 하였다는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다. 나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때문에. 그래서 이번에도 시간이 해결 해 주겠지 라는 생각 하나로 힘들게 학교를 다녔다. 그 날도 어느 때와 다름없이 채플을 들으러 간 날이었다. 채플은 사이비에 대한 강연이었다. 내가 갔던 건물, 내가 겪은 경험. 교묘한 수법으로 나를 속이던 신천지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성경교리들을 화면으로 보니 그때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 표정이 어두워졌다. 채플을 마치면서 전도사님은 이단 관련 상담을 하고 싶다면 언제든 교목실을 찾아오라는 말과 함께 채플을 마치셨다. 그때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채플이 끝나자마자 전도사님에게 상담하러 갔다. 전도사님과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도사님은 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전도사님은 학교 수요예배의 자리에 나를 초대해 주었고, 내가 하나님과 만나게 된 첫 발판이 되었다.

계명문화대 문화관의 작은 방에서 하나님을 만나 첫 예배를 드리게 된 날. 전도사님의 권유와 권유하신 수요예배는 학교에서 드리는 예배라 안전함이 보장되어있다는 사실 때문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진행하는 예배니까 사이비나 이단이 없을 테니까. 수요예배 자리에서는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친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상처가 어떤 상처인지, 얼마나 크고 작은 상처인지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작은 방에 모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면서 예배를 하는 순간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는 개인보다 믿음의 크기가 훨씬 커져서 하나님께 전달되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렇게 수요예배에 참석한 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기분은 나를 상처를 조금씩 치료하는 계기가 되었고, 믿음의 유산이라는 신앙수련회 참석까지 이어졌다.

‘믿음의 유산’이라는 제목의 신앙수련회는 영천에 있는 자천교회에서 이루어졌다. ‘믿음의 유산’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하나님께 믿음이라는 신앙수련회는 지난 수요예배에서 보았던 친구들과 또 다른 친구들 그리고 교수님들이 함께 참석하였다.

자천교회에서 이루어진 신앙수련회는 교회의 역사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긴 시간 이루어진 특강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한국이라는 작은 땅을 가진 나라도 사랑하셨구나. 하나님의 사랑이 조상님들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하였다는 생각과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크기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저녁기도회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과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을 믿고 신앙수련회에 온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의 사랑을 몸소 느꼈음에 감사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래서 하나님께 나를 믿어 주시고,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심에 감사하다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집으로 돌아와 그날 들었던 찬송가를 들으며 하나님의 믿음에 관한 생각과 예배자이자 하나님의 자녀로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신앙수련회 이후,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같은 자리에 함께 모이던 수요예배 역시 온라인으로 대체 되었다.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힘든 상황인 만큼 하나님께 더 간절히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은 자녀들을 위기에 빠지도록 하지 않으신다. 내가 진정 사람에 대해 피폐해지고 살아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여기는 순간 하나님께선 우리를 구원해주신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현재. 나는 학교 수요예배와 신앙수련회를 다녀오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서 그때의 상처를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사람을 경계하던 나는 하나님을 만나고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던 나는 사이비에서 빠져나온 후 오히려 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누가복음 4장에 등장하는 ‘마귀’란 존재가 나를 속이려 들었고, 그것에서 빠져나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전도사님과 만나게 된 좋은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내가 사이비라는 잘못된 교리를 인지하고, 그 아픔을 스스로 딛고 일어나 더 성숙한 자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나는 영아기의 나이에 위치한다. 나는 아직 하나님을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러 시련을 겪은 후 하나님의 자녀가 된 내가 깨달은 믿음은 하나님의 무한한 위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유한한 위로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무한적인 위로가 나에게 아픔을 딛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 것이 아닐까.